나는 꽃이 싫다. 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기괴하고 혐오스러운 모습이 마치 외계생명체를 보는 듯했고, 향기도 좋지 않다. 그래서 작업을 시작했다. 내게 사진 작업은 싫어하는 걸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해준다. 오랜 작업 끝에 이제 꽃이 싫지 않다. 내가 느낀 바로 꽃은 살아서는 명징하여 그 기운을 나눠주고, 박명한 꽃은 죽어서도 처연미를 뽐낸다.
나의 조형적 언어는 ‘한국의 문양과 색감’이다. 주변에 자리하고 있지만, 무심히 지나쳐 온 아름다움의 존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궁에 들어서는 순간 그리워하지만 더는 만나볼 수 없는 대상, 나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이 제거되는 평온한 공간 속에서 반복된 단청의 형상을 본 순간 모든 감정과 상황들이 다시 긍정적으로 직시 되었고, 이러한 순간을 계기로 지금까지 작업의 소재로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