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서재

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책

강석기 《사이언스 소믈리에》

Writer.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

최근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인터넷이나 TV, 신문과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매체에서 과학 관련 최근 지식과 트렌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과학과 관련된 최신 정보는 대부분 논문을 통해 나오는데 논문의 내용이 워낙 전문적이기 때문에 과학기사를 다루는 기자조차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필자도 의학을 전공하고 의대교수로서 수십년 동안 일하고 있어 전공 분야의 경우 이제까지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를 통해 어떤 것이 매우 중요하고 그렇지 않은지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전공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의학을 제외한 생물학이나 화학, 물리학 등 과학일반에 대한 지식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최근 건강과 관련된 책을 쓰면서 건강과 생물학 일반에 대한 지식과 최신 정보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중매체에서 나오는 건강정보는 그 깊이가 얕아 좋은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외국 매체의 내용을 번역한 수준이거나 해당기관에서 보도자료로 제공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이 바로 강석기 씨의 《사이언스 소믈리에》입니다. 강석기 씨는 학부 시절에는 화학을, 대학원 시절에는 분자생물학을 전공했고 ‘과학사이언스’라는 과학전문잡지에서 기자로 일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터넷과학신문인 <더사이언스>에 ‘강석기의 과학카페’라는 칼럼을 연재했는데, 그가 2012년에 썼던 칼럼을 모아서 낸 책이 바로 《사이언스 소믈리에》입니다. 현재까지 그는 여러 매체에 과학 관련 칼럼을 쓰고 있고, 이렇게 썼던 칼럼들을 모아 거의 1년에 한 권씩 책을 내고 있습니다. 필자도 칼럼과 책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일주일에 칼럼을 하나씩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꾸준히 칼럼을 써 매년 책을 내고 있는 그의 모습이 놀랍고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책에는 그가 전공한 화학과 생물학은 물론 물리학, 천문과학, 수학 등 과학전반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과학계에서 가장 잘 알려지고 신뢰할 수 있는 논문에 발표된 중요한 연구결과들을 요약해 필자와 같이 과학지식이 부족한 사람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자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과학이나 의학의 특정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결과라 하더라도 자신이 전공한 분야가 아니면 그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전공하지 않은 분야라 하더라도 해당 연구 성과의 중요성과 함께 논문과 관련된 앞뒤 내용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합니다. 아마도 이러한 배경지식과 실력은 과학전문잡지에서 저널리스트로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훈련을 거쳤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2024년이 시작된 시기에 2012년도에 발표되었던 연구결과들을 읽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 것인지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과학이 빠르게 발전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최신 과학의 발전은 생각보다 천천히 진행됩니다. 2012년도에 발표되었던 것들은 주로 동물실험이나 세포실험으로 증명된 것들로, 최근에 들어서야 실제 사람에게 적용하는 임상실험으로 발전하거나 실제로 약물로 시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약 10년 전에 발표된 논문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없으면 최근에 발표되는 논문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자는 매년 새로운 책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14년 《과학에 취하다 과학을 취하다》, 2015년 《사이언스 칵테일》 등이 있습니다. 과학일반에 대하여 관심이 있다면 저자가 매년 출간하는 책들을 순차적으로 읽어 나가신다면 최근의 과학 트렌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