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버텨내고, 내일을 지켜내고자

공감닥터 ①

오늘을 버텨내고,
내일을 지켜내고자

소아과의 위기다. 개원한 소아과들은 문을 닫고 대학병원
소아과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으로서 윤경림 교수가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더욱 크다. 하지만 누군가는 지켜내야 한다.
그는 함께 버텨내고 있는 후배들에게 힘든 상황이지만
자부심마저 잃지는 말자고 당부한다.

Writer. 전하영 Photo. 김정호 Place. 카페 수요일

소아청소년과 윤경림 교수

전문진료분야

소아심장병(선천성 심장병, 가와사끼병),
흉통, 태아심초음파, 부정맥, 소아감염질환

공감닥터 ①

오늘을 버텨내고,
내일을 지켜내고자

소아과의 위기다. 개원한 소아과들은 문을 닫고 대학병원 소아과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으로서 윤경림 교수가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더욱 크다. 하지만 누군가는 지켜내야 한다. 그는 함께 버텨내고 있는 후배들에게 힘든 상황이지만 자부심마저 잃지는 말자고 당부한다.

Writer. 전하영 Photo. 김정호 Place. 카페 수요일

소아청소년과 윤경림 교수

전문진료분야

소아심장병(선천성 심장병, 가와사끼병), 흉통, 태아심초음파, 부정맥, 소아감염질환

늘 살얼음판을 걷는 소아심장과

윤경림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중에서도 소아심장과를 담당하고 있다.

소아의 선천성 심장병과 흉통, 부정맥, 그리고 심장 합병증을 일으키는 가와사키병 등이 그가 주로 보는 질환이다. 신생아부터 만 18세까지의 환자들이 찾아온다. 성인 진료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소아·청소년 환자들은 중환이었다가도 금세 드라마틱하게 상태가 좋아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진료에서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더욱 신경 쓰고 살펴야 한다.

“사실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에요. 심장 환자들은 한번 중환이 되면 그 뒤로는 계속 신경을 써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중증이 아닌 환자가 중증으로 가지 않도록, 제가 뭔가 놓치는 것이 없도록 굉장히 조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간단한 진료나 심장 초음파를 볼 때도 달래고 재우고 먹여가며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전날까지 인공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 있던 아이가 다음날 회진 때 멀쩡히 앉아 책을 보고 있거나 이런 경우를 볼 때면 ‘내가 이 맛에 소아과를 하지’ 생각이 들곤 하죠.”

윤 교수가 오랜 기간 소아청소년과에서 환자들을 접하며 지켜오고 있는 진료의 기본 방향성은 ‘꼼수 없이 원칙적으로’ 하는 것이다. 일단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상식선에서 원칙을 지켜야만 탈이 없다는 것이 그가 경험을 통해 얻은 제1원칙이다. 젊은 시절에는 이러한 원칙을 지키려다 보호자와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나이가 들며 보호자들의 고집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적절한 지점을 찾아 타협하기도 하지만, 우선은 언제나 원칙을 지키며 중용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목표는 무너지는 둑을 막는 것

현재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서 소아심장을 담당하는 의사는 윤경림 교수 한 명뿐이다. 그가 자리를 비울 경우 대신 환자를 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마음 놓고 휴가를 낼 수도 없다.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하는 전공의도 없어 예전에 전공의들이 하던 일까지 현재는 교수들이 모두 도맡고 있다.

“교수들이 돌아가며 당직도 서고, 다음날 또 외래도 봐야 하니 조금 버거운 상황이죠. 항상 대기 상태에 있어야 해서 불안하기도 하고요. 인력이 없으니 중환을 계속 병원에 데리고 있기도 어렵고 응급실도 예전처럼 24시간 열어놓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병원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에요. 어렵지만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다시 소아청소년과의 과장을 맡은 윤경림 교수는 인력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에 전공의는 없고 교수 인력에는 제한이 있어 촉탁의(계약직 전문의)를 뽑는데, 그들마저 자꾸 덜 힘든 곳으로 이직한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소아청소년과의 낮은 수가 때문이다. 소아 환자를 다루는 일 자체가 쉽지 않고 보호자와의 갈등도 많은 과인데, 그런 것들을 모두 감수하기에는 다른 과에 비해 보상이 턱없이 적은 것이다. 또한 소아 환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이유다.

“지금 사실 더 힘든 건 후배들이에요. 그들이 한 명 무너지기 시작하면 둑이 터지듯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어요. 그걸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합니다. 우리 과를 공고하게 유지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아직 현장을 지키고 있는 후배들이 자부심을 잃지 않고 조금 더 함께 버텨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