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는 슬픈 병,
치매

테마특집 | 노년 건강 ①

나를 잃는 슬픈 병,

치매

신경과 이학영 교수

전문진료분야

기억장애, 치매, 혈관성 치매, 언어장애, 실어증, 건망증, 치매 예방, 뇌졸중, 파킨슨병, 어지럼증, 두통

인지기능 장애 중 하나인 ‘치매’는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다.
사소하게 깜빡깜빡하는 전조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사랑하는 가족들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질환,
치매에 대한 모든 것을 신경과 이학영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인지기능 장애 중 하나인 ‘치매’는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다. 사소하게 깜빡깜빡하는 전조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사랑하는 가족들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질환, 치매에 대한 모든 것을 신경과 이학영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Writer. 김정주 Photo. 김정호

Q 최근 치매를 앓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환자가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A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치매 유병률은 5천만 명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2050년에는 1억 4천 명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국내 기준으로 보자면 노인 인구 중 약 10%인 93만 명 정도가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치매의 가장 큰 위험인자는 ‘고령’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사회로 접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치매 인구도 늘고 있습니다.

Q 요즘 병원을 찾는 치매 환자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A 과거에는 치매를 불치병이라 생각해 치료를 미루다가 상태가 악화된 상태에서 내원하시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최근에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도 병원에 오시기 때문에 이전보다 빠르게 인지 상태를 체크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초기 단계의 환자들이 많아진 이유는 과거에 비해 치매 검진 시스템이 좋아졌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까요?

A 네, 맞습니다. 국가적으로 치매안심센터가 생기면서 치매환자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정착됐습니다. 치매안심센터는 병원과 연계되어 있어 환자의 상태에 따라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치매는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늘 관심을 가지고 치매 관리에 힘써야 하겠습니다.

‘치매는 치료가 어려운 병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치료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질환처럼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관리하는 치료를 통해
뇌 기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Q 치매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알츠하이머병 치매’와 ‘혈관성 치매’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가장 큰 위험 인자는 나이입니다. 나이가 들면 뇌의 퇴행성 변화도 쉽게 동반되기 때문에 고령이 됨에 따라 유병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혈관성 치매도 마찬가지인데요. 고령이 될수록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여러 심혈관계 질환과 더불어 뇌혈관 중에서도 사고력과 관련된 인지기능에 저하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Q 알츠하이머병 치매와 혈관성 치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초기증상도 다르게 나타나는지 궁금합니다.

A 먼저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치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뇌의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대개는 기억력부터 시작해 점차 다른 뇌 기능까지도 떨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반면 혈관성 치매는 사고력과 관련된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치매입니다. 뇌 안에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전체적인 뇌 기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인의 경우 이 두 가지 치매가 겹쳐서 나타나기도 하고 구분하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초기 증상을 비교해야 하는데요.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일반적인 반면, 혈관성 치매는 기억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판단기능, 집행기능 등 여러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뇌혈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갑자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Q 가장 큰 위험인자가 ‘나이’라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렇다면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도 있을까요?

A 대체적으로 치매는 몸을 자주 움직이고 머리를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서 머리를 쓴다는 것은 암산과 같은 개념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적극적으로 하는 활동을 뜻합니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 뇌혈관 사고와 관련된 기저질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이 예방의 방법이 되겠고요. 그리고 혈관성 치매 인자인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은 역시나 알츠하이머 치매와 관련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잘 관리해야 합니다.

Q 유독 치매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소문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의료진으로서 바로잡고 싶으신 정보가 있나요?

A ‘치매는 치료가 어려운 병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치료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질환처럼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관리하는 치료를 통해 뇌 기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건망증이 심하면 치매에 걸리기 쉽다’는 말도 옳지 않습니다. 건망증과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요. 뇌 기능이 나이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는지 테스트를 해보면 단순 건망증인지, 경도인지장애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매는 유전’이라는 말도 정확하게 하자면 ‘유전인 치매도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치매 유전자를 받아 발현되는 경우가 아주 드물게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유전과 상관없이 나타나는 나이와 관련된 치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가족력이 있다면 치매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Q 많은 이들이 치매 치료의 발전을 소망하고 있는데요. 교수님께서 주목하고 있는 최근 치매 치료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근본적인 치매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뇌 안에 쌓이는 ‘아밀로이드단백질’이라는 이상단백질을 생성되지 않게 하거나 제거해야 합니다. 지난 2021년경에 아밀로이드단백질을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가 처음으로 소개됐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승인을 받진 못했지만 2~3년 이내에 도입돼 항체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강동경희대병원에 치매 환자가 내원할 경우 어떤 순서로 검사와 치료를 받게 되나요?

A 일단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인지기능을 평가하게 됩니다. 신경심리검사는 다양한 역할의 뇌기능들을 각각 테스트하는 것으로 신경심리사와 함께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이후 보호자의 면담까지 종합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게 됩니다. 이상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원인질환에 따라 혈액검사나 뇌 영상 검사를 시행하게 되고요. 결과를 종합해 어떤 종류의 뇌 질환이 있는지 판단하고 치료 계획을 수립합니다.

Q 강동경희대병원만의 치매 치료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A 치매 진료를 하는 신경과와 진단을 하는데 필수적인 영상의학과와의 연계가 잘 되어있기 때문에 영상 검사를 통해 조기에 치매를 발견하는 것에 특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미연에 치매를 방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도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Q 치매는 특히 환자들의 가족들을 힘들게 만드는 질환인데요. 이들에게 하고 싶으신 조언이 있으신가요?

A 치매가 중기 이상으로 넘어가게 되면 환자가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힘들 뿐 아니라 ‘행동 정신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가족들과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병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입니다. 그리고 보호자의 건강을 챙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Q 치매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A 치매는 나이가 들면서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지만 미리 조심한다면 예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고 기저질환을 잘 관리하는 노력이 필수겠죠. 치매 치료도 계속 개발되고 있으니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고, 기억장애가 6개월 정도 지속된다면 꼭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만약 병원이 부담된다면 지역마다 있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치매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치매는 치료가
어려운 병이다?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치료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약물치료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건망증이 심하면
치매에 걸리기 쉽다?

단순 건망증과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인지기능 테스트를 진행해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치매는
유전이다?

일반적으로는 유전과 상관없이 ‘나이’로 인해 발현되는 질환이다. 하지만 치매 가족력이 있다면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