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 패러다임 대전환, 저선량 방사선
희노베이션
치매 치료 패러다임 대전환,
저선량 방사선
사랑하는 이들을 기억할 수 없게 되는 슬프고 두려운 병 ‘치매’는 여전히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질병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암 치료에
주로 쓰이던 ‘방사선’이 치매 치료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치매 전용 방사선 치료 기기’를 개발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정원규 교수를 만나 치매 치료의 근본적 해결법이 될
‘저선량 방사선’에 관해 들어봤다.
Writer. 전하영 Photo. 안용길
방사선종양학과 정원규 교수
전문진료분야
악성 종양 방사선 치료, 방사선 수술, 회전 세기 변조
방사선 치료(brain, head & neck, lung, breast,
cervix, prostate)
희노베이션
치매 치료 패러다임 대전환,
저선량 방사선
사랑하는 이들을 기억할 수 없게 되는 슬프고 두려운 병 ‘치매’는 여전히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질병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암 치료에
주로 쓰이던 ‘방사선’이 치매 치료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치매 전용 방사선 치료 기기’를 개발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정원규 교수를 만나 치매 치료의 근본적 해결법이 될 ‘저선량 방사선’에 관해 들어봤다.
Writer. 전하영 Photo. 안용길
방사선종양학과 정원규 교수
전문진료분야
악성 종양 방사선 치료, 방사선 수술, 회전 세기 변조 방사선 치료(brain, head & neck, lung, breast, cervix, prostate)
치매 치료, 한계를 넘어 혁신으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정원규 교수는 현재 치매 전용 방사선 치료 시스템을 연구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레디큐어의 대표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방사선으로 암을 치료해 오던 그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치매 치료 연구에 뛰어든 것은 2016년에 나온 미국의 한 논문을 보고 난 후부터다. 치매에 걸린 쥐의 뇌에 방사선을 쏘자 치매 유발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크게 호기심이 발동한 정원규 교수는 곧장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를 통해 그는 저선량 방사선이 뇌 내 청소부 역할을 하는 미세아교세포의 건강한 기능을 돕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치매의 원인은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쓰레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는 것입니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나오는 것은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인데 치매 환자의 경우 이를 청소하는 미세아교세포가 제 기능을 못 해 본인의 신경세포를 죽이는 것이죠. 이때 아주 적은 양의 방사선을 사용하면 미세아교세포가 형질 변화를 일으켜 기능을 회복하고 뇌 속 쓰레기 단백질을 처리하게 됩니다.”
정원규 교수와 연구팀은 저선량 방사선을 통해 치매 쥐의 신경이 재생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증상을 늦추는 데 그치던 기존 치료의 한계를 넘어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 등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해당 연구는 현재 미국,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정원규 교수팀이 그중 가장 큰 규모로 연구 중이다.
“현재의 모든 치매 치료는 대증요법입니다. 머리가 아플 때 원인을 해결하는 대신 진통제를 먼저 먹는 것처럼요. 그런데 저선량 방사선은 기존의 치료와 달리 세포의 기능을 회복해 신경을 재생시키기 때문에 치매 치료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세계 최초 ‘치매 전용 방사선 치료기기’의 개발
정원규 교수는 지난해 10월 바이오 스타트업 ㈜레디큐어를 설립해 방사선 요법을 통한 치매 치료 연구를 본격화했다. ㈜레디큐어를 통해 세계 최초의 치매 전용 방사선 치료기기 AoMG-120NS를 개발했다. 현재는 기기의 기본 기능을 갖춘 시작품 개발이 완료된 상태로, 실제 환자 치료가 가능한 시제품 제작을 앞두고 있다.
“암을 치료하던 기존의 방사선 기기는 세포를 죽이는 치료를 하지만, 저희는 반대로 세포를 살리는 치료를 해야 해요. 기존과는 다른 성질을 가진 특화된 장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치매 치료에 최적화된 장비를 직접 개발하게 됐습니다.”
현재의 시작품과 같은 틀을 가진 실제 시제품이 완성되면 내년 정도 허가 임상을 진행해 식약처의 품목 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이후 2026년쯤 시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먼저 전국의 요양병원에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판매할 계획이다.
“레디큐어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치매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 대전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약을 이용한 치료만 고민했다면 이제 비약물적인 접근으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내고자 합니다.”
저선량 방사선을 통한 치료는 약물 치료와 달리 부작용이 없어 더욱 안전하며, 기존의 치료법보다 더 적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제적인 치료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방사선 자체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실제 치료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도 있다.
“방사선이라는 것이 무조건 유해한 것이 아니라, 일정량을 적절히 사용하면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많은 분들이 인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연구가 끝까지 잘 진행돼 환자들에게 치매도 관리와 극복이 가능한 질환이라는 희망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