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하는 소통

공감닥터 ③

경청하고 교감하는 소통의 의료 ③

마음으로 하는
소통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해서 소아치과를 택했다는 김미선 교수.
성인에 비해 의사 표현이 불명확한 어린 환자들을 치료하려면
그들의 입장에서 경청하고 소통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김미선 교수의 특별한 소통법을 들어봤다.

Writer. 전하영 Photo. 안용길 Place. 강동아트센터

소아(청소년)치과 김미선 교수

전문진료분야

수복치료, 소아외상, 진정치료, 소아교정, 소아장애인치과

공감닥터 ③

경청하고 교감하는 소통의 의료 ③

마음으로 하는
소통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해서 소아치과를 택했다는 김미선 교수.
성인에 비해 의사 표현이 불명확한 어린 환자들을 치료하려면
그들의 입장에서 경청하고 소통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김미선 교수의 특별한 소통법을 들어봤다.

Writer. 전하영 Photo. 안용길 Place. 강동아트센터

소아(청소년)치과 김미선 교수

전문진료분야

수복치료, 소아외상, 진정치료, 소아교정, 소아장애인치과

언제나 환자의 눈높이에서

치과는 보통의 성인들에게도 매번 두렵고 긴장되는 곳이다. 어른보다 겁도 더 많고 참을성도 적은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은 성인 환자를 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김미선 교수가 치과의 여러 과 중 소아치과를 선택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네가 지금 아무리 아이를 좋아한다 해도 소아치과에서 일하다 보면 결국 싫어하게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저도 어릴 때 겁이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이해가 되거든요.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덜 무섭게, 덜 아프게 해주고 싶어서 계속 소통하며 진료를 합니다. 지금 입 안으로 무엇이 들어갈 것인지, 어떤 치료를 할 것인지 설명해 주면서 두려움을 덜어주려고 해요.”

소아(청소년)치과에는 신생아부터 만 18세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환자들이 찾아온다. 김미선 교수는 어린 환자들이 마음을 열고 좀 더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연령대별 관심사에 맞춰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유아기 환자들을 위해 공룡 이름을 외우고, 초등학생들과 소통하려 만화 캐릭터 이름을 공부하고, 청소년 환자들과 친해지고자 아이돌 이름을 외우기도 한다.

“치과의 모든 과 중 경청과 공감이 가장 필요한 과가 소아치과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자신이 어디가 아픈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아픈 치료를 하게 될까 봐 겁이 나서 더 말을 못하기도 해요. 아이가 어디가 불편한지 정확히 파악하려면 수없이 아이와의 교감을 시도해야 합니다.”

소아(청소년)치과는 소통해야 할 대상이 환자뿐이 아니다. 종종 치료 방식에 대한 보호자와 환자의 의견이 다르기도 하다. 그럴 때는 환자의 입장이 우선되는 쪽으로 보호자인 부모를 설득하는 것이 김미선 교수의 철칙이다.

“보호자 입장에선 여러 번 방문하기 힘드니 한꺼번에 여러 치료를 끝내기 원하시기도 해요. 하지만 아이들은 인내심에 한계가 있잖아요. 너무 아프고 힘들면 다음에 치과에 또 오기가 싫어질 수도 있고요. 우선 환자가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원칙입니다.”

치과에 대한 기억을 바꾸는 장기 프로젝트

대학병원 소아치과에는 보통의 아이들보다 유난히 겁이 많고 치과를 무서워해 개인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한 아이들이 많이 찾아온다.

치과에 대한 큰 공포심을 이미 갖고 온 아이들을 치료하는 일은 엄청난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다. 김미선 교수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아이들이 조금씩 경계심을 풀고 장기적으로 치과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겁이 많은 아이를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려워요. 오늘은 병원 문 앞까지 오고, 다음에는 진료실 의자에 앉는 것까지, 그다음 방문 때는 입을 벌려 거울만 넣는 식으로, 한 단계씩 천천히 다가갑니다. 물론 전신마취를 하거나 아이 몸을 묶어서 치료하는 방법도 있지만, 여러 번 오더라도 치과가 그렇게 무섭고 힘든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이런 장기 프로젝트가 마침내 성공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전공의들이 김미선 교수에게 ‘인내심’의 비결을 물을 때면 그는 “나 자신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해야 한다”고 답한다. 그래야 환자들이 힘들게 하더라도 다 받아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김 교수는 틈날 때마다 여행을 가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후배들에게도 “일찍 자고, 운동을 하라”고 조언한다.

“저에게 진료받은 어린 친구들이 나중에 커서 어린 시절의 치과 경험을 떠올려 봤을 때 치과는 무서운 곳이 아니었다고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에 대해 ‘나를 안 아프게 잘 치료해 주고, 사랑해 주던 따뜻한 치과 선생님’으로 기억해 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