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사의 길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책
의사의 서재
좋은 의사의 길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책
에이브라함 버기즈의 《눈물의 아이들》
Writer. 소화기외과 이석환 교수
《눈물의 아이들》을 처음 소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우선 이 책의 주인공이 외과의사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앞으로 의사가 되려는 의대생이나 전공의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작가는 내과의사이면서 대학에서 의학인문학을 강의하는 교수다.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책에 등장하는 해부학 명칭이나 수술법, 여러 진단명들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책을 읽기 전 먼저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다 에이브라함 버기즈의 사진을 보게 됐는데 왠지 익숙한 얼굴이었다. 한참을 생각해 보니 작가가 TED에서 ‘Doctor’s Touch’라는 감명 깊은 강의를 했던 것이 기억났다. 나는 그 강의가 마음에 들어 일부를 편집해 의대생 강의 때 소개한 적이 있었다.
모든 것이 갖춰진 대학병원에서 수련받는 의사 준비생들은 얼마나 많은 아픈 사람들이 의사의 도움을 진정으로 바라는지 알지못하고 그냥 의사가 된다. 대부분은 의사가 되어서도 찾아오는 선택된 환자들을 위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평범한 의사의 생을 살아갈 것이다. 어떤 의사가 될 것인지, 좋은 의사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의사 지망생 혹은 의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토마스 스톤은 영국 출신의 외과의사로 책 주인공인 쌍둥이 형제 메리언과 시바의 아버지다. 이야기는 1954년 9월 20일 메리언과 시바가 에티오피아의 미싱병원(병원의 원래 이름은 ‘mission’이었지만 공무원의 실수로 ‘미싱’이란 이름을 가지게 된다)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쌍둥이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메리 조지프 프레이저 수녀의 몸에서 머리가 붙은 채로 태어난다. 쌍둥이들의 엄마는 출산 중 자궁파열로 사망하고 수녀를 사랑했던 스톤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을 간다. 고아로 남게 된 쌍둥이는 동료 의사인 인도 출신의 내과의사 고시와 산부인과의사 헤마의 손에 자라게 된다. 쌍둥이는 유전적으로는 같았지만, 출산 과정에 생긴 변화로 인해 서로 다른 성격으로 자라나게 된다. 자유분방한 시바와 내성적인 메리언으로, 쌍둥이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유모의 딸 제닛과 함께.
운명의 장난인지 자라온 환경 때문인지, 메리언은 의대에 진학해 공부하게 된다. 그러던 중 에티오피아가 군사 쿠데타와 황제의 퇴위라는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지며 메리언이 누명을 쓰게 되고, 미국으로 탈출해 뉴욕의 성모회 병원에서 인턴으로 의사 일을 시작하게 된다.
메리언은 수련 중인 외과의사가 늘 그렇듯 수석 레지던트와 응급 수술을 하던 중 우연히 아버지인 토마스 스톤을 만나게 된다.
자신들이 태어났을 때 자식을 버렸던 아버지는 현재 보스턴에서 간이식의 대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메리언은 아버지 스톤이 주재한 사망 증례 집담회(M&M 컨퍼런스)에 우연히 참석하여 강당에 있던 200여 명 누구도 대답하지 못한 아버지의 질문에 대답을 하게 된다. 아버지의 질문은 “응급환자의 귀에는 어떤 처치를 해 줘야 할까?“였다. “위로의 말입니다” 메리언이 답했다. 이때 스톤은 아마 자신이 버린 아이들과 에티오피아의 미싱병원 등 과거를 다시 맞이했을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와 아들은 어색한 만남을 하게 된다.
이후 메리언은 어린 시절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제닛과의 만남으로 급성전격성 간염에 걸려 위독해지는데, 이때 친부인 스톤의 도움으로 동생 시바의 간을 이식받고 살아난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으면 좋으련만, 간을 공여해 준 동생 시바가 뇌출혈로 사망하면서 메리언과 시바는 다시 한 몸이 되고, 메리언은 에티오피아 미싱병원으로 돌아가 과거를 회상한다.
“어떤 의사가 될 것인지, 좋은 의사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의사 지망생 혹은 의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Cutting for Stone》인데, 작가가 히포크라테스선서의 한 문장을 경외하기 때문에 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주인공이 스톤인 것도 중요한 암시일 것으로 생각된다.
“I will not cut for the stone, but will commit that affair entirely to the surgeons.”
“나는 결석이라도 자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기술을 행하는 자(외과의사)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할 것이다.” (지금은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방광결석이지만 과거에는 치료 중 수술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건들은 이별과 사랑, 의사로서의 헌신, 용서 등 평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한다. 이 소설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책의 중간중간에 실제 존재하던 의사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이다. 메리언의 이름은 미국 산부인과의 아버지라고 알려진 제임스 메리언 심스에서 비롯되었으며, 콜로라도에서 활동하던 토마스 스타즐, 영국에서 활동하던 로이 칸과 같은 사람들은 실제로 존재하던 초기 간이식의 대가들이다.
책을 읽고 나면 에티오피아를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