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묻고, 차분히 듣는 일

공감닥터 ①

경청하고 교감하는 소통의 의료 ①

한 번 더 묻고,
차분히 듣는 일

환자의 정확한 문제를 짚어내려면 의사는 최대한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제한적이고 봐야 할
환자는 많기만 하다. 신경과 변정익 교수 역시 이런 점 때문에
늘 애를 먹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묻고 차분히 경청한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Writer. 전하영 Photo. 안용길 Place. 강동아트센터

신경과 변정익 교수

전문진료분야

경련성 질환, 뇌전증, 실신, 어지럼증, 두통, 운동실조, 수면장애

공감닥터 ①

경청하고 교감하는 소통의 의료 ①

한 번 더 묻고,
차분히 듣는 일

환자의 정확한 문제를 짚어내려면 의사는 최대한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제한적이고 봐야 할
환자는 많기만 하다. 신경과 변정익 교수 역시 이런 점 때문에
늘 애를 먹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묻고 차분히 경청한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Writer. 전하영 Photo. 안용길 Place. 강동아트센터

신경과 변정익 교수

전문진료분야

경련성 질환, 뇌전증, 실신, 어지럼증, 두통, 운동실조, 수면장애

숨은 문제를 찾아내는 단서, 질문과 경청

신경과 입원 환자의 절반 이상은 뇌졸중 환자이고, 외래 환자들은 보통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두통은 워낙 원인이 다양하고 어지럼증도 경우에 따라서는 머리와 관련된 중요한 질환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는 증상이다.

만약 어지럼증으로 내원한 환자가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 어지러웠는지, 어떤 양상으로 어지러운지, 동반해 나타나는 다른 이상 증상은 없는지 등을 자세히 물어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외래 진료 시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현실적으로 늘 어려움이 따른다. 변정익 교수 역시 늘 이에 대한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의학을 처음 배울 때부터 환자 병력 청취가 가장 중요하다고 배웁니다. 하지만 대기하는 환자 수는 많고 시간은 제한적인 외래 진료에서 병력 청취가 충분히 이뤄지기 힘든 때도 많아 그 점을 항상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신경과에 오는 환자들 중에는 자신의 주된 증상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환자도 더러 있다. 머리가 아픈데 어지럽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고, 실제로 다른 더 큰 문제가 있는데도 부수적인 문제를 계속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환자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정확한 문제를 찾아 나가야 한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환자와의 효율적인 소통을 통해 숨겨진 문제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변정익 교수는 그래도 환자에게 한 번 더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늘 시간이 부족해 심층적인 소통이 쉽지 않지만, 마지막에 다른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 한 번 더 여쭤보며 확인하려 합니다. 환자의 답변을 듣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될 때도 있지만 이 질문이 숨은 문제를 찾아내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도록

신경과에는 경련으로 찾아오는 젊은 환자들도 많다. 경련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의식을 잃고 팔다리를 떠는 것만이 경련이 아니라 평소와 다르게 멍하다거나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경련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일상생활에 크게 문제가 되는 정도는 아니어서 평생 그것이 경련인지도 모르고 불편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환자들을 감별해 치료해낼 때면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고 변정익 교수 본인도 큰 보람을 느낀다.

“경련 환자를 감별해 내려면 증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물어봐야죠. 얼마나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지, 얼마나 지속되는지, 다른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지 등을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처음 환자 진료를 시작했던 레지던트 시절에는 변정익 교수 역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갈수록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서 무엇을 우선적으로 감별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는 환자의 주된 호소 증상에만 집중해 혹시 부수적인 것을 놓치게 되지는 않을지 늘 긴장을 놓지 않는다.

“신경과의 특성상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무언가 문제가 계속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검사를 해봐도 원인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실 치료가 잘 되어 돌아간 환자들보다는 제가 뭔가를 놓쳐서 결과가 좋지 않았던 환자들이 훨씬 오랫동안 구체적으로 기억에 남곤 합니다. 저는 거창한 진료 철학은 없지만 환자에게 최대한 제가 줄 수 있는 도움을 드리고 싶고, 뭔가 놓치거나 실수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