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무서운 병, 골반장기탈출증

테마특집 | 중장년 건강 ②

몰라서 무서운 병,
골반장기탈출증

“바로 알고 삶의 질 높이세요”

산부인과 유은희 교수

전문진료분야

부인과 복강경/로봇수술, 부인과 양성종양(자궁근종, 난소종양, 자궁내막증),
요실금, 골반장기탈출증, 갱년기·골다공증

우리가 몰랐던 골반장기탈출증. 방치하면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무서운 여성 질환이다.
‘밑이 빠지는 병’이라는 별명을 가진 골반장기탈출증은 임신과 출산, 폐경과 노화를 겪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위험성을 안고 살아야 하는 병이다. 이 분야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 산부인과 유은희 교수를 만나 골반장기탈출증의 궁금증을 풀었다.

Writer. 이지혜 Photo. 안용길

평소 규칙적인 운동으로 복부비만을 막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며,
과도하게 복압을 올리는 운동이나 무거운 것을 지속적으로 드는 행위를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산부인과 질환 중에서도 조금 생경한데요. 골반장기탈출증은 어떤 병인지 궁금합니다.

A 골반에 위치한 장기인 방광, 자궁, 직장 등의 골반장기가 질 아래로 내려오는 질병입니다. 골반뼈나 골반 근육, 근막, 인대, 결체조직 등의 근육이 느슨해지고 악화돼 결손이 생기게 되면 발생하죠. 골반장기가 골반 아래, 즉 질을 통해 빠져나오는 질환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Q 듣기만 해도 무서운데요. 원인은 무엇인가요?

A 여러 요인에 의한 질환이라 보입니다. 근막이나 결체조직의 악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전적 요인을 비롯해 임신과 출산이 대표적이죠. 변비나 과도한 운동, 무거운 것을 지속해 드는 행동이나 오래 쪼그리고 앉아있는 생활 습관도 복압을 과도하게 증가시켜 원인이 됩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인한 과도한 지속적인 기침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갱년기 호르몬 변화나 노화 등의 복합적인 요인도 작용합니다.

Q 골반장기탈출증은 여성의 생애 주기에서 언제 주로 걸리나요?

A 저는 20대 환자부터 91세 최고령 환자까지 만나 봤는데요. 그만큼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생합니다. 물론 출산 후 40대 후반부터 밑이 빠지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가장 많지만, 고령화 사회가 되며 점점 환자들의 연령대가 늦춰지는 추세예요. 임신과 출산 경험이 없는 연령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골반장기탈출증

Q 그렇다면 특징적인 직업군에서 나타나기도 하나요?

A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몸에 힘을 많이 주는, 특히 순간적으로 복부 압박을 받아야 하는 직업군 여성이 골반장기탈출증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역도 같은 순간적인 힘이 필요한 운동선수, 군인 등이 있습니다.

Q 많은 여성이 골반장기탈출증의 증상에 대해 궁금할 것 같습니다.

A 질 아래로 빠지는 골반장기의 부위와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단지 빠지기만 하고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환자 대부분이 밑이 묵직하고 빠지는 것 같은 증상을 느낍니다. 또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 후 시원하지 않거나 배변이 힘들거나 역시 개운하지 않기도 합니다. 심할 경우엔 손가락으로 질의 후벽을 눌러야 대변이 나오기도 합니다. 혹은 웃고 재채기하거나 운동할 때 소변이 새는 경우가 있고 아래쪽 허리가 아프거나 골반의 통증을 느끼는 환자도 있습니다. 또한 성생활에도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빠져나온 질점막이 건조해져 성관계 시 통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골반 근육이 이완돼 성생활의 만족감이 감소하기도 합니다.

Q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질병은 아닐 텐데요. 스스로 알아채기 힘들거나, 증상이 있더라도 병원을 찾기가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A 맞습니다. 서서히 빠지면서 결정적일 때 증상을 야기하게 되는데, 초기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눈치채지 못할 정도입니다. 밑이 묵직하고 골반이나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누가 골반장기탈출증이라고 생각하겠어요? 그저 생리통이나 배란통, 폐경의 증상 중 하나이겠거니 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증상은 점점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방치할수록 무서운 병이 바로 골반장기탈출증이죠. 한번은 90세가 넘은 환자분이 계셨는데 30년이 넘도록 증상을 안고도 병원을 찾지 못하셨어요. 대소변이 나오지 않아 질 후벽을 누르면서 용변을 보고 생활하셨지만, 결국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병원을 찾으셨어요.

Q 진단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A 우선 골반 진찰이 가장 중요한 진단 방법입니다. 방광이나 자궁, 직장 등 어떤 장기가 빠졌는지 또한 질 입구를 기준으로 얼마나 빠졌는지를 자로 재어 기록하는 골반장기탈출증 계측 방법이 있습니다. 이후 골반초음파, 방광기능검사, 배변촬영술 등의 방법으로 해부학적 이상 유무, 배뇨, 배변 기능을 평가합니다. 또한 보통의 산부인과 검진처럼 누워있는 상태로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앉거나 서서, 한쪽 다리만을 걸치는 등 다양한 자세로 질병의 상태를 진단합니다.

Q 진단 후에는 어떤 치료가 진행되나요?

A 대부분의 골반장기탈출증의 치료는 원인이 되는 부위를 찾아 수술로 교정하고 복원하는 것입니다. 탈출한 장기의 위치나 정도 그리고 무엇보다 수술에 앞서 환자의 연령, 정신 건강 상태, 부인과 질환 유무, 여성 암의 가족력, 성생활 유무에 따라 자궁보전 여부를 고려해야 합니다. 복부 쪽으로 접근하는 복식이나 질 쪽으로 접근하는 질식, 골반경이나 로봇수술을 통해 빠지는 부위를 고정하게 됩니다. 간혹 고령이거나 내과적 질환으로 수술마취가 어렵거나 자궁이 빠지는 자궁탈출증의 경우에는 수술하지 않고 페사리라고 하는 기구를 질 내 삽입해 장기가 빠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시술을 하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한 수술 방법이 안전하면서도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이고, 재발의 위험을 줄이면서 성생활을 하는 경우 성 기능에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죠.

Q 앞서 유전적 원인도 골반장기탈출증의 요인이 된다고 하셨는데요. 영향이 큰가요?

A 우리는 가끔 관절이 일반인보다 더 많이 꺾이는 사람들을 보는데요, 또 유난히 탈골이 잘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사실 결체조직의 질환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때문에 골반장기탈출증에 걸릴 확률이 좀 더 높습니다. 또 피부결체조직이 상대적으로 흐늘거리고 노화가 금방 오는 백인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에 반해 피부 탄력이 좋은 흑인들이 가장 적게 걸리죠. 아시아인들은 그 중간쯤에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Q 그렇다면 완치 후 재발률도 인종에 따라 다를 수 있겠네요?

A 맞습니다. 한 연구 결과 골반장기탈출증으로 수술한 65세 이상의 백인의 경우 15%가 재수술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0% 완치한다고 장담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는 것이죠. 물론 한국인의 경우 앞서 말한 대로 백인보다는 재수술의 확률이 낮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Q 많은 사람이 골반장기탈출증을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할 것 같습니다.

A 평소 규칙적인 운동으로 복부비만을 막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며, 과도하게 복압을 올리는 운동이나 무거운 것을 지속적으로 드는 행위를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변비를 방지하는 다양한 음식이나 운동, 유산균을 먹는 것도 추천해요. 콜라젠이 결체조직에 좋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이와 관련해 아직 명확한 근거가 없으므로 권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케겔 운동이 골반장기탈출증을 예방해 줄 순 없지만, 증상 완화에는 효과가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골반장기탈출증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A 대부분의 질병이 그렇겠지만 골반장기탈출증 역시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 성공률이 높고 결과가 좋은 반면에 뒤늦게 치료하게 되면 재발률이 높고 수술 성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념해 두셨다가 몸의 이상을 느낄 때는 지체 없이 산부인과를 찾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혹시 내가?”
골반장기탈출증 체크리스트

□      밑이 묵직하고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소변을 자주 보고 본 뒤에도 개운하지 않다.

□      배변이 곤란하거나 개운하지 않고 불쾌감이 든다.

□      웃거나 운동할 때, 재채기하거나 성생활을 할 때 소변이 샌다.

□      아래 허리가 아프고 골반 통증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