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종영한 드라마 ‘서른, 아홉’은 마흔을 앞둔 미조, 찬영, 주희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로맨스 이야기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을 비롯해 요즘 핫한 배우 캐스팅과 매 회 눈물 쏟는 스토리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중에서도 찬영 역을 맡은 배우 전미도의 연기가 특히 호평을 받았는데, 이번 호에서는 극 중 찬영이 앓은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정리. 편집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시한부가 되다
곧 마흔을 앞두고 있는 피부과 의사 미조, 연기선생님 찬영, 백화점 매니저 주희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난 둘도 없는 친구사이이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삽십대 끝자락에 췌장암 4기 판정을 받고 6개월 시한부가 된 찬영은 ‘살 확률이 0.8%이고, 병원에서 죽기 싫다’며 항암치료를 거부한다.
치료를 거부한 찬영과 통화를 마친 미조는 가족들에게 찬영과 시간을 보내는 데 안식년을 쓰겠다고 선언하고, 일생에 찾아온 행운이라는 로또에 당첨됐지만 그 행운마저 버리고 찬영 곁에 있겠다는 주희. 이에 찬영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시한부가 되기로 한다.
미디어 속 건강
췌장암의 진단과 치료
수술이 가능하지 않은 췌장암을 다 ‘말기암’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암은 수술을 해야 하고 수술을 하지 못하는 암은 다 ‘말기암’으로 생각해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췌장암의 경우는 수술이 가능하지 않다고 해서 흔히 말하는 ‘말기암’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췌장은 해부학적으로 우리 몸에서 핵심 되는 중요 혈관과 인접해 있는데 이 혈관에 인접한 췌장 부위에서 암이 생기면 크기가 크지 않더라도 혈관과 분리하여 떼어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막연히 수술이 가능하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말기암’으로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수술이 가능하지 않은 췌장암을 다 ‘말기암’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암은 수술을 해야 하고 수술을 하지 못하는 암은 다 ‘말기암’으로 생각해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췌장암의 경우는 수술이 가능하지 않다고 해서 흔히 말하는 ‘말기암’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췌장은 해부학적으로 우리 몸에서 핵심 되는 중요 혈관과 인접해 있는데 이 혈관에 인접한 췌장 부위에서 암이 생기면 크기가 크지 않더라도 혈관과 분리하여 떼어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막연히 수술이 가능하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말기암’으로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더욱이 췌장암에서 수술이 안 된다고 해서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대의 발전만큼 췌장암의 항암치료도 발전을 해왔기 때문이다. 과거 10년 전만 보더라도 췌장암 환자에게 항암약물치료를 하자고 하면 많은 수에서 거부를 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췌장암에 대한 항암치료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환자들이 많아져서 거의 모든 환자가 권고하는 항암약물치료를 받는다. 췌장암에서 항암치료의 필요성은 우선 종양의 크기를 줄여 종양으로 인한 복통, 황달 등 다양한 힘든 환자의 호소 증상을 완화하고, 이로 인해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것이 먼저이다. 물론 항암약물치료에 반응이 좋은 경우 기대 생명의 연장과 완치도 바라볼 수 있다.
양질의 삶의 연장을 위해
그러나 아직도 일부 췌장암 환자에서 항암치료가 암 고통만큼 힘들다는 생각을 갖고 치료를 꺼려하는 경우도 있고, 완치되지 않고 생명 연장만을 위해서는 하지 않겠다는 환자들도 있으며, 어떻게 몇 년 이상 약물치료를 하냐며 차라리 안 하겠다고 하는 환자들도 있다. 환자의 입장에선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발전된 약물을 이해시키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조제가 있고, 항암약물에 반응이 있어야 현재의 고통도 줄게 되고, 이로 인한 삶의 질 향상과 연장을 기대할 수 있음을 이해시켜야 한다. 항암약물로 완치는 못 시키더라도 양질의 삶을 연장시킬 수는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췌장암에 효과가 있는 항암약물이 소개되고 최근에는 표적치료, 면역치료까지 다양한 치료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원하지 않은 췌장암 진단을 받을 경우 할 수 있는 치료가 없는 경우는 포기를 할 수는 있지만, 막연히 근거 없는 본인의 생각으로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social media가 눈에 띄게 발전한 것과 비교는 안되겠지만 췌장암의 치료도 발전을 해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췌장암에 걸리면 고통을 받고, 결국 치료도 못하고 죽는 것처럼 시나리오가 연출되고 있어 췌장암이 전공인 의사의 마음이 좀 불편하다.
췌장암으로 항암치료를 잘 받고 있는 환자들이 이러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다시 갈등을 갖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 주인공보다 치료가 잘되고 있어 감사하다는 환자도 있지만, 때론 환자들에게 다시 개인별 상태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췌장암은 개인 마다 증상과 예후가 달라 맞춤형 치료가 필요한 복잡한 분야인데, 환자들이 획일적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어 심히 우려된다. 이러한 우려가 혹시 드라마나 미디어의 영향에 의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때도 종종 있다. 한 개의 질환이라 하더라도 수 천의 다양한 변수가 있다는 것을 너무 간과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