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뷰파인더로 들여다본 몽골풍경은 말 그대로 천국 자체였습니다. 한국에 황사를 날려 보내는 고비사막의 모래바람이나, 끝없는 초원으로 대변되던 몽골에 대한 편견은 사진을 찍는 동안 여지없이 깨졌습니다. 동으론 바다 같은 초원이, 남쪽은 광야 같은 사막, 서쪽은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알타이산맥과 태고의 만년설, 북으로는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끝없이 펼쳐진 원시림과 대초원, 여기에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광들은 사진가로서 그곳에 빠져 죽어도 여한이 없을 듯 싶었습니다.
12월
조난아 작가
시간의 기억, 공간의 추억
차갑던 도시, 빈 벽에 한 줄기의 강한 빛이 비춘다. 빛은 실체가 없던 공간(空間)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벽의 표정을 만든다. 지중해에 쏟아지는 에메랄드빛의 강렬한 햇살처럼 선연한 기억이다. 다채로운 색으로 인식되는 빛의 파장은 조그마한 공간에서 조형적인 선과 면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영혼을 꿈꾼다. 도심속 빌딩이 바벨탑처럼 하늘을 향해 치솟을수록 상대적으로 왜소해지는 자아(Ego)의 나약함, 타인의 삶에 무심한 감정의 단절성, 그 속에 건축이 주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영혼의 쉼터인 나 만의 숲(Forest)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