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취회복실 간호사이다. 환자 파악을 기본으로 하여 마취가 시작되기 전, 마취에 필요한 물품과 장비 점검 그리고 기관 내 삽관을 위한 준비 또한 수술이 이루어지는 동안 환자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 한다. 수술 후에는 회복실에서 환자의 회복 시 활력징후들을 관찰하며, 위험증상을 관찰 및 예방하고 환자가 마취에서 잘 회복되어 병실로 갈 수 있도록 인계한다. 오늘도 이 과정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장감을 가진 채 하루를 시작하는 나는 아직은 배울 게 많은 마취회복실 경력 1년차 간호사다.
글. 강선아 간호사(마취회복실)
완벽한 간호사를 꿈꾸며
열심히 배우는 1년차 간호사
유치원생부터 우리는 자라오면서 이런 말을 많이 들었고, 당연한 것이라 배워왔다. “주위에 힘든 친구들이 있으면 도와주어야 해” 또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으면 모른 채 하지 말고 도움을 주어야 해” 하지만 과연 내 마음속에 이러한 용기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지내왔다. 멋진 간호사를 꿈꾸며 간호대를 졸업할 때도, 내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들어온 병원에서도 늘 나는 내 일을 멋지게 해내는 완벽한 간호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완벽한 간호사를 꿈꾸기에 아직 나는 미흡한 점이 많은 간호사였다. 그렇게 나의 꿈과 현실사이에서 나를 자책하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했던 시간들을 보냈었다
교통사고로 피 흘리며 쓰러진 사람을 보게 된 새벽 출근길
평소와 다를 것 없던 새벽 출근길, 막히지 않는 도로가 그날따라 원활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생각하며 무심결에 창문 밖을 보니, 분홍색 운동화 한 짝이 떨어져 있었다. 혹시나 사고가 난 건 아닌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미터 앞으로 더 가보니 크레인 한 대가 서 있었고, 70대 정도로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계셨다. 아스팔트 바닥에 아무런 처치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쓰러져 있는 모습에 당장은 고민할 겨를 없이 차에서 내렸다. 막상 상황을 마주하니,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 가슴이 쿵쾅쿵쾅 하며 두렵고 겁이 났다. 학교와 병원에서 수도없이 배웠던 심폐소생술이 그날따라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
맥박이 뛰질 않아 바로 심폐소생술 시작
할머님께서는 엎드린 채 쓰러져 계셨고, 두부에서 많은 출혈이 계속되고 있었다. 동행인에게 신고를 부탁한 후, 할머님을 바른 자세로 돌려 눕히고는 경동맥을 다시 한 번 촉진했지만 맥박은 뛰질 않았다.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고 얼마 후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 심폐소생술 교대를 하는 동안 자동제세동기 부착을 위해 가위로 옷을 자르고 기관 내 삽관을 하는 동안 암부백(Ambu bag)을 연결하고 배깅(bagging)을 시작했다. 구급대원들을 도와 정맥로를 확보하고 여러 가지 응급처치를 한 후, 상황을 인계하고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매일 노력하는 간호사가 될 것
다시 차에 올라타니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무슨 감정이 뒤섞여 있는지 그 당시에는 잘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아마 별 탈 없이 회복하시길 간절히 바랐던 마음과 그 바람에 확신이 서지 않는 불안함이었을 것이다. 사고 지점이 도로였고, 옆으로 많은 차들이 오고갔지만 창밖으로 구경만 할 뿐 선뜻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내 일이, 내 가족이 아니니까 괜찮아’라는 생각보다는, 우리 주변에 함께하는 주민 또는 가족이라 생각하고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가졌으면 하는 안타까움도 함께 느꼈다.
또한, 심폐소생술 상황은 예상치 못한 그 누구에게,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지고 기본적인 응급처치가 이루어 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했듯, 나는 베테랑 간호사도 아니고 늘 긴장 속에 일하는 아직은 배워야 할 게 더 많은 간호사다. 이러한 나지만,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지난 일을 자책하며 보내기보다는 기꺼이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간호사가 될 것이다. 그 내일에 또 다른 더 멋진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강선아 간호사, 남양주 소방서장 표창 수상
교통사고 현장에서 구급차가 올 때까지 심정지 환자에게 신속한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를 실시한 공로를 인정받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특수병동팀 강선아 간호사가 지난 4월 29일, 남양주 소방서 권현석 서장으로부터 소방서장 표창장을 받았다. 임종성 신사업본부장 겸 홍보팀장, 윤성주 회복실 파트장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