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막 가성점액종 대장암

셀럽의 사인(死因)
세기의 아이콘 오드리 헵번,
영원한 휴일을 맞게 한 병!

우아한 몸짓과 사랑스러운 미소, 긴 파이프 담배.
이것만으로도 할리우드 황금기를 대표하는 아이콘, 오드리 헵번을 떠올리기 충분하다.
63세의 나이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복막 가성점액종
대장암 조용해서 더욱 무서운 질병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Writer. 편집실
시대의 별이 지다
흑백 필름 속에서도 다채롭게 빛나던 할리우드 골든 에이지의 아이콘 오드리 헵번. 그는 영화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을 통해 우아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시대의 아이콘이란 이름을 얻었다. 그는 배우 은퇴 이후, 받았던 사랑에 보답하듯 유니세프 친선 대사로서 다양한 인권 운동, 자선 사업, 봉사 활동 등을 이어가며 전 세계 많은 곳에 따스한 도움의 손길을 전했다. 그러던 중 1992년 소말리아 방문 후 복통을 호소한다. 첫 검진 결과는 ‘아메바 감염’이었다. 오염된 식수나 음식을 통한 이질아메바 감염증으로 본 것. 하지만 치료 후에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그가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다시금 정밀 검사를 한 결과, 대장암과 복막 가성점액종으로 밝혀졌다. 결장과 자궁까지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한 달 뒤 끝내 우리 곁을 떠나고 만다.
점액으로 뒤덮이는 희귀암
오드리 헵번이 대장암 진단 직후 받은 수술 당시, 이미 복부는 젤리 같은 점액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단순한 대장암이 아니었다. 맹장 끝에 이어지는 약 1cm 크기의 충수에 생긴 충수암으로, 발견이 어려워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서야 발견한 것. 게다가 점액성 물질이 장기 사이를 메우는 복막 가성점액종이었기에 수술과 치료가 힘들었다. 초기 증상은 복통, 복부 팽만감 등으로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아 진단이 늦어졌다. 특히 오드리 헵번은 제2차 세계대전 중 극심한 영양실조를 겪은 뒤로 만성적인 위장 질환, 빈혈, 천식 등의 후유증을 겪었기 때문에 병증을 인지하기가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하루에 담배 세 갑을 피울 정도의 중증 흡연자였는데, 심각한 흡연이 병의 원인이었다고 본다.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모습 뒤편에는 이처럼 숨은 고통이 존재했다.
조용한 살인자, 대장암
오랫동안 앓던 만성 질환 때문에 평소 식단과 운동 등 건강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던 오드리 헵번조차 대장암의 위협을 피할 수 없었다. 대장암은 두드러지는 초기 증상이 없어 ‘무증상’이라고 말할 정도로 무섭게 찾아오기 때문에 ‘조용한 살인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체중 감소, 혈변 등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한 질병 중 하나다. 조기 발견 시 생존율은 90% 이상인 반면 국내 10대 암 중 사망률도 높아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50세 이상이라면 매년 1회 대장내시경을 통한 정기 검진을 추천한다. 가족력이나 만성 질환이 있다면 50세 이전이라도 꾸준한 검진이 필요하다. 더불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적색육이나 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음주와 흡연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오드리 헵번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흡연은 여러 암의 심각한 원인으로 손꼽힌다.
헵번이 남긴 건강 유산
삶의 끝을 앞둔 순간, 오드리 헵번은 가족과 함께 스위스 자택에서 여생을 보냈다. 마지막까지 그를
간호했던 아들 션 헵번 페러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유럽희귀질환기구(EURORDIS) 대사로 활
동했으며, 관련 단체를 후원하는 등 희귀질환 관련 인식 개선에 힘을 보탰다. 병의 존재를 일찍 알아차리지 못해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아픔을 긍정적 영향으로 승화한 것이다. 황금처럼 반짝이는 할리우드의 가장 빛나는 스타였던 오드리 헵번. 은퇴 후 행보에서도 우리에게 많은 배움을 줬던 그는 삶의 마지막까지 되새겨야 할 이야기를 남겼다. 바로 건강한 생활 습관과 규칙적이고 세밀한 정기 검진을 통한 관리, 그리고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 아름다운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그가 남긴 유산을 잊지 않고 건강을 실천하며 일상적으로 그를 추억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