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여름 한방 처방전

명의의 계절 처방 ②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여름 한방 처방전

한방병원 -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

올여름은 4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후학자들의 예측이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예고된 만큼,
이제는 여름을 피하기보다 ‘잘 보내는 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더위에 지친 몸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한방 처방을 소개해 드립니다.

올여름은 4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후학자들의 예측이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예고된 만큼, 이제는 여름을 피하기보다 ‘잘 보내는 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더위에 지친 몸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한방 처방을 소개해 드립니다.

여름마다 몸이 축 처진다면

여름이 되면 무기력하고 어지럽거나, 땀이 많아지는 증상을 흔히 ‘더위를 먹었다’고 표현한다. 이는 단순히 더위에 노출된 것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현대 의학에서는 일사병이나 열사병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더위 먹은 느낌’은 이보다 훨씬 복합적이다.
식욕이 떨어지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며 몸이 축 처지는 증상은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진 결과일 수 있다. 자율신경은 체온, 심장 박동, 소화, 땀 분비를 조절하는데, 스트레스나 과로가 누적되면 이 균형이 깨지면서 소화불량, 어지럼증, 식은땀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자나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 자주 나타난다. 에어컨 바람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면, 자율신경실조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한의학

한의학은 ‘음양기혈(陰陽氣血)’의 균형을 중시한다. 기(氣)가 허(虛)한 사람은 기를 보충하고, 혈(血)이 부족한 사람은 혈(血)을 보강하는 원리이다. 따라서 증상과 개인에 따라 달리 처방하며 몸을 전체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항상성’을 회복하게끔 돕는다. 자율신경실조증처럼 특정 장기보다는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한의학적 치료가 특히 유용하다. 이러한 치료 원리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회복시키려는 현대 의학의 접근과도 궤를 같이한다. 한의학을 활용한 옛 선인의 지혜도 참고할 만하다. 『동의보감』에 소개된 ‘청서익기탕(淸暑益氣湯)’은 더위를 몰아내고(淸暑) 기를 북돋는(益氣) 대표적인 여름철 처방이다. 궁중에서 자주 쓰인 ‘제호탕(醍醐湯)’은 더위로 인한 열을 식히고 가슴의 답답함과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오매(매실)는 갈증을 멈추고 열독을 풀며 식욕을 돋우는 약재이며, 쑥(애엽)은 복통과 설사를 가라앉히고 익모초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여름철 자주 활용되던 민간 처방이다.

자율신경실조증 예방은 이렇게

조선왕조실록에 20회, 승정원일기에는 무려 871회 등장하는 약재가 있다. 바로 ‘생맥산(生脈散)’이다. 맥문동, 인삼, 오미자를 2:1:1 비율로 달인 이 처방은 여름철 기를 보충하고 심장의 열을 내려주는 약으로, 『동의보감』에서는 “사람의 기를 도우며 폐를 깨끗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선조는 임진왜란 중 대신들에게 여름 옷감과 은자, 생맥산을 하사하며 안위를 챙겼다는 기록도 있다. 부채 외에는 뚜렷한 냉방 수단이 없던 시절, 생맥산은 왕과 백성을 살리는 여름철의 ‘약’이자 ‘음료’였다. 오늘날처럼 의학이 발달한 시대에도 여름철 건강을 지키는 핵심은 결국 ‘균형’이다. 더위와 스트레스로 지치기 쉬운 계절 일상 속 작은 습관들로 자율신경의 안정을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통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보자.

Tip Box

자율신경은 스트레스와 과로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여름을 건강하게 나기 위해선 평소 습관부터 챙겨야 한다.

① 찬 음식과 음료는 너무 많이 먹지 않기
② 에어컨은 적절하게, 실내외 온도 차는 최소로
③ 목, 겨드랑이, 얼굴을 찬물로 식히며 체온 조절
④ 수분과 전해질은 물, 이온음료, 포도당 음료로 보충
⑤ 참외, 수박, 배, 고사리 같은 열 내리는 음식은 한 가지만 과하게 섭취하지 않기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

전문진료분야

소화기질환, 피로, 보양, 대상포진 및 면역질환

진료 시간

오전 목, 금, 토
오후 월, 화,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