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하게 넘겨선 안 될 경동맥 협착


라이징닥터 ①
안일하게 넘겨선 안 될
경동맥 협착
신경과 이일형 교수
2024년 초부터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 근무하기 시작한
이일형 교수는 신경과 전문의로서 뇌졸중, 급성 뇌경색 등
신경계 질환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늘 고민하고 있다.
2024년 초부터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 근무하기 시작한 이일형 교수는 신경과 전문의로서 뇌졸중, 급성 뇌경색 등 신경계 질환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늘 고민하고 있다.
Writer. 황혜민 Photo. 김정호
Q 교수님의 주요 진료 분야 및 연구 분야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신경과 전문의로서 뇌졸중 파트를 담당하고 있으며, 뇌졸중 중에서도 주로 급성 뇌경색 환자들의 시술인 혈전 용해술이나 혈전 제거술의 필요성을 판단합니다. 뇌졸중 재발 위험을 낮추거나 신경계 질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약물에 관심이 많아 추후 그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Q 경동맥 협착은 정확히 어떤 질환인가요?
A 경동맥 협착은 각종 원인으로 인해 말 그대로 경동맥이 좁아지는 것을 뜻합니다. 의학적 측면에서 볼 때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동맥 협착 정도는 50%를 기준으로 하며,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의 경우 경동맥이 50% 이상 좁아져 있는 것이 원인이라면, 경동맥 스텐트 거치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무 증상이 없었는데 검진을 통해 우연히 좁아진 경동맥을 발견한 환자라면, 경동맥이 좁아진 정도가 50%가 아닌 70% 이상일 때 시술의 대상이 됩니다.

Q 경동맥 협착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요?
A 경동맥 협착의 가장 흔한 원인에는 ‘동맥죽경화’가 있습니다. 동맥죽경화는 동맥에 죽처럼 점도 높은 콜레스테롤 지질 성분들이 쌓여서 혈관을 좁게 만드는 현상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잘못된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 과체중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당뇨, 고지혈증은 혈관을 미세하게 손상시키거나 염증 물질을 분비하고 지질 성분이 축적되어, 결과적으로 혈관이 좁아지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흡연을 많이 하면 동맥경화의 모양이나 정도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아 유의해야 합니다.
Q 경동맥 협착은 어떤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나요?
A 크게는 두 가지 종류의 검사로 경동맥 협착을 진단합니다. CTA나 MRA로 잘 알려진 ‘혈관 촬영’과 ‘경동맥 초음파’입니다. 혈관 촬영은 뇌의 전반적인 혈관 모습을 사진처럼 보여주고 경동맥 초음파는 국소 부위를 실시간으로 보는 것이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서로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혈관 촬영에서는 동맥경화가 있어 보이는데 초음파에서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초음파에서는 동맥경화가 있어 보이는데 혈관 촬영에서는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는 셈이죠. 그래서 항상 두 가지 검사를 병행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혈액검사로 LDL 콜레스테롤 등의 수치를 확인하고, 흡연과 같은 위험인자를 함께 파악해 진단에 참고합니다.

Q 경동맥 협착 정도에 따른 치료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A 뇌경색이 이미 발생한 환자더라도 경동맥 협착 정도가 50%를 넘지 않는다면 대개는 약물 치료 위주로 진행합니다. 이런 환자들의 경우 시술과 약물 치료의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급성 뇌경색이 발생하였고, 해당 경동맥 협착 정도가 50%를 넘는 환자라면 혈전 용해술이나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드 삽입술 등의 시술을 하기도 합니다.
해외에서는 간단한 시술보다는 직접적인 수술을 통해 막힌 혈관을 제거하는 사례가 많은데, 우리나라의 정서상 수술을 꺼리거나 염려하는 분들이 많아 주로 시술로 치료가 진행됩니다. 단, 동맥이 좁아지는 것을 넘어서 딱딱하게 석회화되고 굳어버린 경우에는 수술을 통해 그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또는 협착 부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거나 모양이 불규칙해서 시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일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하거나 혹은 수술 또한 어려운 경우일 수 있습니다.
Q 경동맥 협착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A 건강한 식습관과 금연 등을 통해 위험인자를 차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요. 현재 40~50대인데 아직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경동맥 초음파 촬영이나 CT 혈관 촬영을 시행해본 적이 없다면 미리 한번쯤 해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금전적인 여유가 된다면 MRI 혈관 촬영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40~50대 이후가 되면 자신조차 모르고 있는 혈관 건강 이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지금은 큰 이상이 없더라도 향후에 심해질 수 있는 양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한번쯤 해두는 것을 권합니다.
Q 경동맥 협착이 의심되는 일상 속 시그널은 무엇이 있을까요?
A 경동맥 협착의 전조 증상은 사실 혈관이 완전히 막히거나 색전성 뇌경색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아주 미세하게나마 겪을 수 있는 증상으로는, 뇌에 피가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하면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의식을 잃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과성 뇌허혈’이라고 해서 수 분에서 수십 분간 한쪽 팔다리에 마비 증상이 나타나거나 발음이 어눌해진다거나 한쪽 시야가 갑자기 잘 안 보인다거나 하는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수일 내에 실제 뇌경색의 발생률이 높아 뇌경색에 준한 치료와 검사가 필요합니다.
경동맥 협착이란 아무 증상이 없다가도 갑자기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40~50대에 접어드는 분들이라면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혈관 건강을 꾸준히 관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