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만성(기능성) 소화불량’ 해결법

일타의사의 건강특강 ②

원인 모를 ‘만성(기능성)
소화불량’ 해결법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

“ 기능성 소화불량은 원인이 불분명하고 표준적 치료 방법이 따로 없어 감내하며 사시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일차적으로 식이·생활 습관 교정, 규칙적 운동, 스트레스 조절이 필요하며, 그럼에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한방병원에서 한의학적 원인에 맞는 치료를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올해부터 기능성 소화불량에 대한 첩약 의료보험이 실시돼 환자분들의 부담도 덜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기능성 소화불량’은 정확히 어떤 질환인가요? 대표적 증상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우리의 머리와 위는 자율신경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나 긴장만으로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고, 이는 만성적인 소화불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에게 기능성 소화불량의 유병률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기능성 위장관 질환 진단 기준인 로마 기준(ROME Criteria)에 의해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지난 3개월간 원인을 설명할 수 없는 소화불량 증상 4가지 중 하나 이상이 지속된 경우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진단합니다. 1) 식사를 한 후 위가 꽉 차는 것과 같은 불편감(식후 포만감; postprandial fullness), 2) 조기에 포만감을 느껴 정상적인 식사를 다 마치지 못하는 증상(조기 만복감; early satiation), 3) 상복부의 통증(epigastric pain), 4) 상복부가 불에 타는 듯한 화끈거림(상복부 속쓰림; epigastric burning)이 이에 해당합니다.
임상적으로는 만성적인 소화불량 환자가 기능성 소화불량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고, 내시경상 단순 위염 소견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대부분 기능성 소화불량에 해당합니다. 생명에 지장을 주는 치명적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저하하는 질환이므로 소화제로도 해소되지 않는 소화불량이 오래 지속될 경우 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기능성 소화불량에 해당하는 한의학적 증상은 무엇이 있나요?

A 한의학에서 기능성 소화불량은 비만(痞滿; 상복부의 더부룩하고 답답한 증상), 애기(噯氣; 트림), 탄산(呑酸; 신물의 역류), 조잡(嘈雜; 복부의 답답하고 불편한 증상), 위완통(胃脘痛; 상복부 통증) 등의 병증에 해당합니다. 흔히 담적으로 알려진 증상도 한의학의 고서에는 심하비(心下痞)로 표현되어 있으며 기능성 소화불량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상적으로는 크게 3가지 타입으로 나누어 진단하는데 위장 기능이 허약한 비허(脾虛) 타입, 음식물이 소화되지 않고 쌓여 음식으로 증상이 유발되는 식적(食積) 타입, 평소 스트레스가 많고 예민하며 긴장으로 증상이 쉽게 유발되는 간울(肝鬱) 타입이 그것입니다. 각 타입에 따라 한의학적 치료법이 달라지며 3가지 타입에 따른 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임상 연구가 현재 진행 중입니다.

Q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가 한방병원을 찾으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요?

A 한방병원에서는 기능성 소화불량의 다양한 원인에 따라 위장의 과민성을 줄여주는 치료, 위장 점막을 보호하는 치료, 위 운동성을 정상화하는 치료, 위장을 움직이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맞추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 또한 한의학적 진단 방법에 따라 개인별 맞춤 치료를 하게 되는데 침, 뜸, 한약을 사용합니다. 기능성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다고 체계적 문헌 고찰을 통해 밝혀진 한약으로는 육군자탕, 반하사심탕, 소요산, 시호소간산, 내소화중탕 등이 있습니다.

Q 교수님께서 발표하신 ‘반하사심탕을 이용한 기능성 소화불량 증상 개선’에 관한 연구가 저명한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Pharmacology’ 게재된 바 있는데요, 이에 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반하사심탕은 흔히 담적으로 알려진 심하비(心下痞痞; 상복부의 답답하고 더부룩한 증상)에 쓰는 대표적인 처방으로, 반하, 인삼, 건강 등이 주요 약재로 구성된 한약입니다. 이를 이용한 한약 치료의 기능성 소화불량에 대한 효과를 체계적으로 시험, 분석한 결과, 반하사심탕을 투여한 약 93%의 환자들에게서 증상 호전이 나타났습니다. 반하사심탕을 단독 혹은 양방과 병용 치료 시 단일 치료에 비해 약 15%의 치료 효과가 증대되었으며 재발률은 약 50%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반하사심탕은 소화 호르몬 분비를 늘리며,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심리적 문제 개선 효과도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Q 기능성 소화불량은 원인이 불명확한 만큼, 일상생활 습관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생활 습관이 필요할까요? 특히 평소보다 과식하게 되는 추석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추석에는 평소보다 기름진 음식 섭취와 폭식, 야식 위험이 커져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명절에 주로 먹는 전, 잡채 등 기름에 조리한 음식을 소화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탄산음료는 단기간에는 소화를 도울 수 있으나 소화기관의 정상 작동을 막고 자력 소화를 저하시킵니다. 맵고 짠 음식은 식도, 위 점막을 자극해 위에 부담이 되므로 가급적 적게 먹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스트레스도 기능성 소화불량의 큰 원인이 되므로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합니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기재된 기능성 소화불량의 예방 및 관리법 중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일차적으로 본인이 섭취하였을 때 증상을 유발하는 음식은 피한다.
• 콩이나 양파 등은 소화불량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
• 탄산음료, 초콜릿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 밀가루 음식보다는 쌀로 만든 음식, 커피보다는 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 생강 섭취가 포만감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 첩약(한약) 건강보험
2024년 4월부터 특정 질환 대상 첩약(한약) 건강보험이 실시되었습니다. 기능성 소화불량도 해당 질환인데, 10일 처방 기준으로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평균 5만 원 정도로 경제적 부담이 매우 낮아졌습니다.

환자 1인당 연간 2개 질환, 질환별로 10일분 최대 2회까지(총 20일) 처방 가능
– 건강보험 적용 횟수 초과 시 전액 본인부담으로 처방 가능
– 본인부담금(10일 기준): 5만 원~7만 원 전후(본인부담률 40%)
– 실비보험 적용 가능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

전문진료분야
소화기질환(역류성 식도질환, 역류성 기침,
가스 참, 구토, 설사, 변비/간담도계 질환), 피로, 보양, 구강질환, 대상포진 및 면역질환

주요활동
•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소화기보양클리닉 교수
•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비뇨기내분비클리닉 교수
•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갱년기항노화클리닉 교수
• 대한한의학회 정회원
• 대한한방내과학회 정회원
• 대한면역약침학회 정회원
•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