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부터 항문까지 염증의 공격을 받는
크론병

테마특집 ①

식도부터 항문까지 염증의 공격을 받는

크론병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

전문진료분야

대장내시경, 대장암, 대장용종, 변비, 염증성장질환, 위내시경

위에 생기는 염증은 위염, 대장에 생기는 암은 대장암.
이렇듯 병명을 보면 유추가 되는 질환이 있는가 하면,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질환도 있다. 이름마저 생소한 크론병은
식도부터 항문까지 전체 소화관 어디든 염증이 생길 수 있는
희귀 질병이다. 길고 긴 싸움을 하는 크론병 환자들의
든든한 등대가 되어주는 차재명 교수와 함께 크론병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위에 생기는 염증은 위염, 대장에 생기는 암은 대장암. 이렇듯 병명을 보면 유추가 되는 질환이 있는가 하면,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질환도 있다. 이름마저 생소한 크론병은 식도부터 항문까지 전체 소화관 어디든 염증이 생길 수 있는 희귀 질병이다. 길고 긴 싸움을 하는 크론병 환자들의 든든한 등대가 되어주는 차재명 교수와 함께 크론병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Writer. 김정주 Photo. 김정호

크론병, 그것이 궁금하다!

크론병은 만성 염증성장질환으로 입에서부터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항문까지 음식물이 지나가는 소화관 전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병이다. 크론병이라는 이름은 1932년 크론병을 처음 발견한 미국의 의사였던 ‘버나드 크론(Bernard Crohn)’ 박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벌써 17년째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크론병 치료에 앞장서고 있는 차재명 교수는 크론병을 한마디로 ‘요상한 질환’이라고 답한다. “크론병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유전적인 소인이 있고 특정한 환경적 인자가 자극되었을 때 우리 몸에서는 자연스러운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데요. 크론병은 면역 반응이 생길 때 면역계의 교란이 발생하면서 발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재명 교수가 말하는 ‘환경적인 인자’로는 미세먼지, 서구화된 식습관 등이 꼽히지만 이마저도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크론병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현저히 낮았다. 하지만 최근 한 유명인의 크론병 투병 고백과 의학 드라마 속 사례로 크론병이 언급되며 조금씩 질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원래 크론병은 서양의 질병으로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국내에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장질환이 최초 등장했던 것은 1990년대였으니 대중적인 인식이 낮을 수밖에 없었겠죠. 하지만 크론병 환자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현재 국내에는 2만 명에서 2만 5천 명 정도의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체 인구 규모로만 따졌을 때는 적은 숫자이지만, 완치가 어렵고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크론병의 유병률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젊은 층이 크론병을 더욱 조심해야 하는 이유

보통 각종 질병에 취약해지는 연령대로 50~60대를 꼽지만, 크론병은 조금 다르다. 대부분 크론병은 10대 청소년부터 20대 청년 환자들이 주를 이룬다. 그 이유에 대해 차재명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도 서구화된 식습관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었는데요. 인스턴트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 섭취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 시기가 학업 또는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때이기도 한 만큼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청소년기에 크론병이 생기면 음식을 잘 먹더라도 장에 염증이 있기 때문에 복통, 설사 등의 이유로 신체적인 성장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크론병이 발병하게 되면 단체나 조직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차재명 교수가 가장 안타까움을 느끼는 순간은 따로 있다. 바로 크론병의 증상을 과민성대장증후군과 혼동해 수년간 잘못된 치료로 시간을 허비해 온 환자들을 만날 때다. “크론병의 증상은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상당 부분 유사합니다. 잦은 복통과 설사만으로 두 질환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크론병은 소화관 외 다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눈에 이상이 있다든지, 피부에 발진이 생긴다든지, 관절통이 동반되는 등 ‘장관 외 증상’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크론병을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크론병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환자의 병력 청취, 내시경과 조직 검사, 또 내시경으로 보기 어려운 부위는 CT나 MRI와 같은 영상 검사를 해야만 한다. “크론병은 어느 검사 하나만 가지고 확진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임상 소견, 혈액 검사, 내시경 소견, 영상 검사 등을 모두 종합해야 합니다. 일부 검사만으로는 크론병을 확진할 수 없으니 반드시 염증성장질환을 보는 병원에서 검사받기를 권유합니다.”

“ 크론병은 어느 검사 하나만 가지고 확진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임상 소견, 혈액 검사, 내시경 소견, 영상 검사 등을 모두 종합해야 합니다. 일부 검사만으로는 크론병을 확진할 수 없으니 반드시 염증성장질환을 보는 병원에서 검사 받기를 권유합니다.”

크론병 VS 과민성대장증후군

크론병

만성적인 염증이 일어나는 자가면역질환이며,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서 발생할 수 있는 질환

설사, 복통, 미열, 체중 감소, 식욕 저하 등

과민성대장증후군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 운동이 비정상적으로 활동하게 되어 복통, 설사, 변비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

배변 양상의 변화와 함께, 복통 또는 복부 불편감

크론병 환자와 동행하는 의료진

그렇다면 크론병의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차재명 교수는 “크론병은 다양한 내과적 치료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가 널리 사용되면서 환자들의 증상이 급성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협착이 생기거나 천공, 혹은 암이 생긴다면 결국 외과적인 수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크론병은 내과적인 치료는 물론 외과적인 치료도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한번 발병하면 장시간, 혹은 평생 완치가 어려운 병이다 보니 크론병 환자들은 정신적인 부분까지도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자들을 위해 의료진은 크론병 환자들의 친구가 된다는 마음으로 돈독한 신뢰와 유대감 형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어렸을 때부터 크론병으로 치료받던 환자들이 대학도 가고, 취직도 하고, 결혼해서 아이와 함께 병원에 오는 모습을 볼 때예요. 환자들의 인생 과정을 함께 하다 보니 애착이 많이 갈 수밖에 없죠.”

크론병의 발병 기전이 명확하지 않다고 해서 그저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최대한 인스턴트 음식의 섭취를 최소화하고 과거 우리 조상들이 했던 것처럼 한식 위주의 밥상을 가까이한다면 좀 더 크론병의 위험에서 멀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적당한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는 만병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한 습관임을 잊지 말자.

마지막으로 차재명 교수는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어떤 병이든 오래 지속되면 지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잘 관리하고 치료한다면 여러가지 합병증은 물론 불필요한 치료도 피할 수 있습니다. 몸의 이상이 느껴질 경우 지체하지 마시고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