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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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힘을 믿는 의사
혈관외과 조성신 교수
여기, 치료의 시작은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믿는 의사가 있다. 의사에게는 매번 똑같을지 모르는 질문이, 환자에게는 두려움으로 밤새다 겨우 건넨 한마디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조성신 교수의 이야기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을 걱정하며 혈관에 대한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에게서 말초혈관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전문진료분야
하지정맥류, 동맥류수술, 당뇨발 말초혈관인터벤션, 동정맥류 수술/인터벤션
소통의 힘을 믿는 의사
혈관외과 조성신 교수
여기, 치료의 시작은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믿는 의사가 있다. 의사에게는 매번 똑같을지 모르는 질문이, 환자에게는 두려움으로 밤새다 겨우 건넨 한마디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조성신 교수의 이야기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을 걱정하며 혈관에 대한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에게서 말초혈관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전문진료분야
하지정맥류, 동맥류수술, 당뇨발 말초혈관인터벤션, 동정맥류 수술/인터벤션
따뜻한 봄날에 어울리는 밝은 미소로 취재진을 맞아주는 그는, 한눈에 봐도 환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의사 같아 보였다.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 진행한 인터뷰인데도 사소한 질문 하나까지 정성을 다해 답하는 그가 환자를 어떻게 대할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혈관외과 조성신 교수는 혈관질환 전반에 대한 진료를 하고 있다. 혈관은 크게 뇌혈관, 심장혈관 그리고 전신으로 가는 말초혈관으로 구성되는데, 그중에서도 그는 말초혈관을 중심으로 보고 있다.
팔·다리 등 말초혈관 막히는 하지동맥 폐색증
말초동맥질환은 뇌혈관이나 심장혈관을 제외한 팔과 다리 등 신체 말단 부위로 가는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힌 상태를 말한다. 말초혈관질환의 대표적 질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조성신 교수는 다리를 지나는 혈관인 하지동맥이 막히는 질환인 ‘하지동맥 폐색증’을 꼽았다. 다리혈관의 경우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데다가 직립 보행으로 피가 아래로 쏠리기 때문이다. 하지동맥 폐색증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유병률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심장에서 나온 혈관은 대동맥을 지나서 양다리와 양팔로 갈라지게 되는데, 그 혈관의 일부가 좁아지거나 때로는 막히면서 조직의 괴사가 생기게 되고, 그러면서 다리를 절단하게 되는 데까지 가는 그런 질환입니다.”
설명을 들으니, 모든 병이 그렇겠지만 초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하지동맥 폐색증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을 살펴보자면, 일정 거리를 걸었을 때 갑자기 다리에 통증이 생겨서 앉아서 쉬게 되고, 쉬고 나서 또 걸으면 다시 증상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조성신 교수는 이 증상이 허리디스크와 비슷해 병원을 늦게 찾는 경우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초기증상이 허리디스크랑 비슷하기 때문에 물리치료라든지 이런 것만 받다가 시기를 놓치고 오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미 다리 괴사가 진행된 상태에서 오시게 되면 1년 안에 50% 정도는 다리를 절단하게 되고, 다리 절단의 시기 마저 놓치는 정도로 늦게 오시게 되면사 망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는 허리디스크와 말초동맥 폐색증의 차이를 일러 주었다. 자세와 상관없이 통증과 당김 증상이 나타나면 척추질환(허리디스크)을 의심할 수 있고, 평소에는 괜찮다가 걸으면서 통증이 시작되면 하지동맥 폐색증을 의심해야 한다. 또한, 하지동맥 폐색증은 혈관이 좁아져서 다리로 피가 덜 내려가기 때문에 통증과 함께 다리에 차가운 증상을 같이 느낄 수 있다.
치료 시기 놓치는 환자 가장 안타까워
치료 시기의 중요성을 말하던 조성신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냐는 질문에 모든 환자가 기억에 남지만, 다리 절단까지 가는 환자분들이 아무래도 가장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의사로서 어려운 순간 역시 바로 아무리 애를 써도 어쩔 수 없이 가장 마지막 치료법을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에서 지내다가 오셨던 분이 있습니다. 그분도 하지동맥 폐색증으로 오셨었는데, 치료 시기를 놓쳐서 오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다리 절단을 하게 됐어요. 오실 때는 패혈증 때문에 약간의 혼돈 증상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이유와 과정을 충분히 설명드리고 환자분과 보호자 분들하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고 수술을 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환자분이 느끼는 상실감이 대단하셨을 텐데도, 어쨌든 생명을 살려줘서 고맙다고 끝까지 감사 인사를 하시고 가셨던 분이 계셔서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더 나은 치료법을 찾기 위한 연구
조성신 교수는 진료뿐만 아니라 꾸준한 연구를 통해서도 환자를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 혈관외과 조진현‧조성신 교수팀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한국인 말초동맥질환의 유병률과 위험 요소를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직접 커뮤니티로 찾아가서 아무 증상이 없는 일반인 2,000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한국인의 말초동맥질환 유병률은 증상이 없는 경우 4.6%로 나타났습니다. 또 그것뿐만 아니라 어떤 위험인자가 있을 때 말초혈관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지는지도 같이 조사를 했더니, 50세 이상에서 고혈압이 있고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에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치료 방법이 다양한 점에 매력을 느껴 많은 과 중 혈관외과를 선택했다는 그는 치료법에 대한 연구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경피적인 치료법을 쓰는 동시에 거기에 어떤 기구를 쓰는지에 따라서 치료 효과가 달라지는지, 그런 부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풍선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일반 풍선이 아니라 좁아진 부분을 넓히는 풍선에다가 약을 묻혀서 그 약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그런 연구를 하고 있어요. 이게 단일 기관에서 하다 보면 인원수도 적고,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저희 기관이 주축이 돼서 다기관 연구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여러 가지 기존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분들이 어떻게 생활습관을 조절해야 유병률을 낮추고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만의 소통 철칙 ‘귀 기울이다
인터뷰에 시간을 내어준 그는 점심 식사도 거른 채 환자 진료를 봤다. 찾는 환자는 많고, 외래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식사 시간도 아끼는 듯했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환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자’라는 철칙을 지키고 있다는 그. 그 철칙이 조성신 교수가 가진 가장 강한 의사로서의 힘이 아닐까 싶었다.
“환자분들이 워낙 많다 보니까 내가 궁금한 것만 환자한테 묻게 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환자분들은 지방에서부터 저를 한 1~2분 보자고 몇 시간씩 기차를 타고 오시거든요. 그래서 소통에 있어서 제가 제일 중점적으로 두고 있는 부분은 환자분들이 먼저 말씀하시게 하고, 환자분이 아무리 제가 중점에 두지 않는 것을 말씀하신다 하더라도 중간에 끊지 않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외래 시간이 늦어져서 다음 환자분들이 약간 화가 나시는 경우가 있죠. 그래도 그분들 얘기도 잘 들어 드리면 또 이해를 잘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이 철칙은 꼭 지키려고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