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의 작별을 앞둔 사람들이 깨달은 행복의 원리
의사의 서재
생과의 작별을 앞둔 사람들이
깨달은 행복의 원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인생 수업》
Writer. 치과교정과 강윤구 교수
우리 집 식탁 위에는 7~8년 전부터 책 한 권이 항상 놓여 있습니다. 어찌나 많이 손을 탔는지 원래 베이지색이던 책의 겉장은 손때가 가득하여 거무튀튀한 느낌이고 책의 각진 부분은 해져서 살짝 너덜거립니다. 이 책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데이비드 케슬러 공저의 “인생 수업”이라는 책입니다. 저의 아내가 이 책을 매우 좋아하여 항상 식탁 위에 두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보곤 합니다. 저도 아내의 권유를 받아 이 책을 두 번 정도 통독했습니다. 이 책은 호스피스 정신의학자인 저자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앞에 둔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그들이 깨달은 삶의 행복의 원리에 대해 다루고 있는 내용입니다. 다시 말하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내가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서와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간단히 이 지침들을 정리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역자인 류시화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살고 사랑하고 웃으라 그리고 배우라. 지금 이 순간 가슴 뛰는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된다” 가 좋은 요약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와닿는 글귀가 있거나 감명 깊었던 부분이 있었던 곳에는 책갈피를 접어놓고 다시 한번 봐야겠다 싶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접힌 책갈피 부위가 너무 많아 책 모서리 부위가 두툼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 안에는 이미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능력과 진정한 힘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또한 완전한 삶은 우리 자신 안에서부터 나와야만 한다고 합니교수다. 특별한 누군가가 있지 않아도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지 않아도 우리의 문제들은 해결될 수 있으며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와의 관계를 통해 그 관계가 변화한다면 행복해지리라 생각하곤 합니다. 예로, 배우자가 변한다면 나의 삶이 더 행복해지고 완벽해지리라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우리는 상대방을 바꿀 수도 없고 바꾸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의 행복은 상대방을 “더 좋게” 바꾸는 데 있지 않다고 합니다. 관계가 잘못되어 있다면 그 문제는 자기 안에 있으며 나를 통해서 해결 방법이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 완전한 모습은 우리 안에서 발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다른 누군가에게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능력을 믿지 않는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진정한 해답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완성하는 데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준비되어 있을 때 “특별한 누군가”가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이미 온전하고 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발견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사실 우리는 과거나 미래에 사는 것이 아닌
현재만 살 수 있는 데도 이미 지나가거나
있지도 않은 것에 매여서 현재를 망각합니다.
우리가 현재에 집중해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 때 행복을 우리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10여 년의 시간 안에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기간이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기간에는 과거에 대한 심한 죄책감과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제 마음속에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몸은 현재라는 시간 밖에는 살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에 매여 있지 않고 과거로 훌쩍 가서 왜곡된 기억 속에서 죄책감들을 끄집어내기도 하며 오지도 않은 미래로 가서 불안정한 삶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들이 가득할수록 우리는 현재를 살지 못합니다. 사실 우리는 과거나 미래에 사는 것이 아닌 현재만 살 수 있는 데도 이미 지나가거나 있지도 않은 것에 매여서 현재를 망각합니다. 우리가 현재에 집중해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 때 행복을 우리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항상 의식적으로 현재에 집중하며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또는 누가 현재의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다른 이들을 의식하거나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여러 책임(가정, 직장, 사회 등)에 묶이지 말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읽는 이에 따라 가슴 깊게 들어올 내용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표지와 서두에서부터 나오는 내용인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내가 간절히 원하게 될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은 깊은 울림을 주는 메시지입니다. 저자는 모든 안 좋은 감정의 근원은 두려움이며 모든 좋은 관계의 본질이자 행복의 근원은 사랑이라고 합니다. 사랑 없이 삶이라는 여행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어려운 철학도 아니고 난해한 표현으로 뭔가 깊은 의미가 있는 것처럼 거창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될 만큼 읽기가 수월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삽화였던 것 같습니다. 뭔가 명상적인 이미지의 그림들인데, 아무리 보고 있어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께 이 책을 권유 드립니다. 각박하고 마음이 아프기 쉬운 이 세상 삶 속에서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완전에 가까워지기를 바랍니다.